‘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 이 무지치와 함께하는 첫 무대
바로크, 고전, 현대음악까지 – 구레츠키 피아노 협주곡 한국 초연
오는 12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실내악단 ‘이 무지치’가 4년 만에 내한해 전국 투어에 나선다. 2021년 소프라노 조수미와 함께 바로크 무대를 선보였던 이 무지치는, 이번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다시 한번 특별한 무대를 준비한다.
백건우와 이 무지치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1951년 창단되어 7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이 무지치와, 1956년 데뷔 이후 70여 년 가까이 활동해 온 백건우는 모두 긴 세월 동안 세계 무대에서 활약해 왔으며, 다양한 레퍼토리와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발굴해 청중에게 소개해 왔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창단 직후 토스카니니의 찬사를 받으며 국제적 명성을 얻은 이 무지치는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발디의 ‘사계'를 세계적인 레퍼토리로 만든 주역이다. 또한 알비노니, 코렐리, 제미니아니, 스카를라티 등 이탈리아 바로크 작곡가들의 작품을 재발견해 소개해 왔으며, 니노 로타, 엔니오 모리코네, 류이치 사카모토 등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도 꾸준히 무대에 올렸다. 약 100종에 달하는 음반 카탈로그는 이들의 폭넓은 레퍼토리를 보여준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11세에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국내 초연한 것을 비롯해 메시앙, 부조니, 리스트, 포레, 그라나도스 등의 곡들을 한국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처음 소개했다. 또한 라벨 피아노 전곡,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전곡, 베토벤 소나타 전곡과 같은 전곡 연주 프로젝트를 통해 한 작곡가의 세계를 깊이 연구해 왔다. 백건우는 “나는 어떤 작곡가의 작품을 시작하면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는 평생 새로운 레퍼토리에 도전하며 낯선 작품을 발굴하고 깊이 천착해 왔다. 최근에는 모차르트 앨범을 발표하는 등 80세를 앞둔 지금도 변함없이 음악적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백건우는 이번 이 무지치와의 내한공연에서도 새로운 곡을 소개한다. 폴란드 작곡가 헨리크 구레츠키의 피아노 협주곡 Op.40을 한국 초연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이외에도 제미니아니의 ‘라 폴리아’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K.414, 버르토크의 루마니아 민속 무곡, 쇼스타코비치의 다섯 개의 소품, 레스피기의 고풍적 춤곡과 아리아 모음곡 3번 등 바로크에서 고전, 20세기와 현대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로 구성되었다.
이탈리아와 한국을 대표하는 두 예술가가 함께하는 이번 무대는 도합 140여 년에 걸친 음악 여정을 확인하는 동시에, 깊이 있는 해석과 만남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백건우 & 이 무지치> 공연은 2025년 12월 17일(수)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며, 전주, 대구, 부산, 천안, 창원에서의 투어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서울 공연의 티켓 판매는 9월 11일(목)에 시작된다. 티켓가 5만~17만 원. 문의 크레디아(02-318-4301) |